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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정원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by learner_B 2024. 1. 11.

 

 

 

46쪽

유머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다른 많은 것도 통하지 않았다. 그 곳에서 살아오며 겪은 그 은은한 고독이 그날의 객석에 축약돼 있었다.

 

 

70쪽

어쩌면 진정 야만이라는 것은 그때부터 생겨난 것인지 모른다. 모두가 소통할 수 있던 시절에는 문명과 야만의 구분이 무의미했다.

 

 

76쪽

겨우 질병으로 치부되어야 용인될 수 있는 고통들. 여자는 말한다. 신은 황금 양을 거저 주지 않아.

 

 

92쪽

그러나 위반의 힘을 갖기 위해서, 우리는 언제나 이미 배제당한 편에 속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우리의 아름다움은 우리의 부당한 비참을 전제해야만 빛날 수 있는 것인가. 애초에 세계가 기울어지지 않았다면, 모든 존재가 셈해지고 그들의 삶과 죽음에 동둥한 예가 취해진다면, 그때 우리는 어떤 연극을 필요로 하게 될까. 나는 언제나 그것이 궁금했다.

 

 

102쪽

고귀한 이의 고통에는 몰입하므로 슬퍼지고, 저급한 이의 고통에는 거리를 두므로 웃음이 난다. 그리고 이 원리가 나는 언제나 기이했다. 사람은 어째서 늘 당연한 듯 거룩함 쪽에 이입하는가. 윤리적 우위라는 허상에 마음을 기대는 일은 어쩌면 그리도 쉬운가.

 

 

128쪽

기실 누군가와 주고 받은 첫 문장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건 드문 일이다.

 

 

133쪽

ㅏ우리는 아무것도 묻지 않음으로써 친구가 됐다. 그의 선의에 응답하기 위해 나는 다만 언제나 아주 일찍 극장에 도착하려 애썼다. 심신이 매우 지쳐있을 때도 반드시 나갔다.

 

 


 

부러 '용어'라 부를만한 단어를 넣은 "잘난 나의 어려운 글을 보아라"류를 싫어한다. 

그런 글을 읽고 나면 뭐야 깡통이네? 하는 허탈한 마음만 드니까.

 

딱 그 반대편의 글이다. 

쉽고 편안하게 읽히는 글인데 쉬어가는 문장이 없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내가 겪은 순간', '내가 만난 사람'을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공연의 소재가된 역사의 한 자락, 공연의 연출가가 했을 법한 사유를 엿보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가 얼마나 많은 의미와 의도를 가진 말인지를 또 배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가름끈을 발견했다.

이 책 다 좋은데 가름끈 없어서 아쉽다 했더니 마지막 간지 앞에 있었다.

이제 진짜 완벽.

 

너무 마음에 들어서 책 만들어주신 분들도 기록해본다. 또 찾아봐야지.

 

지은이 목적원

펴낸이 손문경

펴낸곳 아침달

편집 송승언, 서윤후

디자인 정유경, 한유미